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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의 산

금수산!!

  올해 1월 오랜 동료들을 충주에서 만났다. 겨울철 조류 동시센서스를 하는 동료들이었다. 그들과 즐거운 저녁을 보낸 다음날, 다들 센서스를 위해 자기가 맡은 지역으로 떠났을 때 일이 끊긴 나는 금수산으로 향했다.

  첫인상은 이름만큼 아담하고 아기자기 했다. 악산이긴 한데 그리 높지 않은. 앞서 왔던 눈이 군데군데 쌓여 있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눈 때문에 아이젠이 없는 나는 조금 오르다 포기하고 주변 산책만 할 수 밖에 없었다. 봄이 오면 오르리라 생각하며.

 

  그 금수산에 가을이 되어서 다시 찾았다. 암울하고 암울한, 그리고 또 암울한, 또 암울하다고 하고 싶은 봄, 여름을 보낸 후 가을이 되서야 다시 찾았다. 1월에 찾았을때 눈이 녹지 않은 금수산을 올라야 됐었다. 그때 올랐으면 내려오다 실족하여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야 좋은 기분으로 마감할 수 있었겠다 싶었다. 아뭏든 간단히 말하자면 보기보다는 험한 산이었다. 안내도의 루트는 온통 검은색이었다. 하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았다. 힘들때 마다 보이는 광경들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길이 험해서 그런지 오르다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예의 바르고, 주변을 배려하며 자연을 즐기는 듯 했다.

 

  초입부터 바위가 이어진다. 재미있게 오르다 보면 참나무 숲길이 나타나고 정상에 이른다. 마치 해병대 머리와 같은 산이었다. 종류는 몇 안되지만 새들도 꽤 많았다. 참새, 직박구리, 쇠박새, 동고비, 곤줄박이, 어치, 큰부리까마귀, 붉은머리오목눈이, 멧새류 등.

 

  산 정상은 뾰족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데크가 놓여 있어서 편하게 머무를 수 있다. 옛날이면 불가능했을 법한 일이지만 지의류가 붙어 있는 산 꼭대기의 끝을 쓰다듬어 보았다. 언젯적부터 붙어 있었을까, 예전엔 바람을 가르며 고고히 있었을 산 끝이 홀딱 벗겨진채로 사람들 손을 거치는 기분은 어떨까 등등을 생각하면서.

 

  급하게 갑 of 갑께서 괴롭히지만 않았다면 좀더 즐기고 산 아래서 막걸리라도 한잔하며 더 느끼고 싶은 산이었다.

 

 

 

 

 

 

등산/하이킹
2018. 10. 20. 10:15 AM
소요 시간 4h 59m 51s , 거리 8.6 km
-작성자 gikingen72, 출처 램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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