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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것

조선의 매사냥에 관하여(조선 195, 1931)

조선의 매사냥에 관하여

조선 195(1931) 요시다 유지로(吉田雄次郞)

  중국에서는 삼국시대부터 매사냥을 했다는 문헌도 있듯이, 실제로 중국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여러 방면에서 매를 이용하였다. 군대에서는 유사시에 매 꼬리에 편지를 매달아 날려 전군에 전황을 알렸다. 이것이 군용 비둘기의 기원이라고 한다. 중국에서 조선으로 매사냥이 전해진 시기는 당나라 주무왕 시대라고 한다. 신라, 고려시대에는 왕족과 귀족이 즐겨 했기 때문에 응방(鷹坊)이 설치되었다. 응방이란 일본의 응장(鷹匠)과 같은 것인데, 매를 잡아 사육, 훈련하고 매사냥을 하는 관직을 말한다. 예전에는 첫째가 매, 둘째가 말, 셋째가 첩이라 하여 귀족부호의 제일가는 오락이었다. 그 당시 귀족부호는 우수한 매를 얻는 것을 최고의 자랑거리로 여겼다.
  지금으로부터 540여 년 전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함흥, 원산 지방에서 매사냥을 한 것이 함경도 매사냥의 시초라고 하나, 성행하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더 예전부터 매사냥을 하였을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전라도 택산(澤山)의 응사가 일본에 고용되어 건너 온 일이 있는 것으로 봐서, 일본에서는 도쿠가와 시대에 많이 성행한 것 같다. 그러나 메이지유신 이후에는 문화가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하지 않게 되었고 지금은 거의 볼 수 없게 되었다. 최근 궁내성 수렵계가 이렇게 유서 깊은 매사냥을 다시 북돋아 보존하기 위하여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조선에는 농한기를 이용하여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 다른 사람의 의뢰를 받아 돈을 받고 하는 사람, 양반의 오락으로 하는 사람이 있는데, 최근에는 눈에 띄게 줄었고 사육 개체수도 줄었다. 그러나 북부, 서부지방에서는 지금도 많이 하고 있다. 최근 사육 개체수를 살펴보면, 경기도 관내에 8마리, 충청북도 9마리, 전라북도 27마리, 전라남도 2마리, 황해도 171마리, 평안남도 291마리, 평안북도 433마리, 강원도 165마리, 함경남도 515마리, 함경북도 119마리로, 모두 합쳐 1,740마리를 매사냥용으로 사육하고 있다. 한 마리도 사육하지 않는 지역은 충청남도, 경상남북도 등 3개도이다.
  사용하는 매의 종류는 주로 참매와 매인데, 조선에서는 사육 햇수에 따라 다르게 불리는 듯하다. 서부지방에서는 1년생을 포획하여 1년이 지난 2년생을 초진(初陳)이라 하며 3년생을 수진(手陳)이라 하고 3년생 이상을 재진(再陳)이라 한다. 성조를 포획하여 훈련시킨 것은 산진(山陳)이라 한다. 매의 가격은 훈련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보통 훈련되지 않은 매는 10원에서 15원, 훈련된 매는 40원에서 50원 이상이다(역주-1930년대 쌀 80kg 한 가마니에 13원).
  매가 1회 엽기 중 꿩이나 토끼를 얼마나 잡는지를 보면, 미숙련 매는 한 마리당 꿩 40-50마리, 토끼 4-6마리, 메추리 등 기타 30-40마리 정도밖에 잡지 못하나, 숙련된 매는 꿩 300마리 이상, 토끼 30-40마리, 메추리 등 기타 50-60마리를 잡는다. 평균하면 적어도 꿩 250마리는 확실히 잡는다 할 수 있다. 따라서 매사냥에 사용되는 1,740마리가 1회 엽기 동안 435,000마리의 꿩을 잡는 것이다. 꿩 한 마리를 1원이라 한다면 435,000원이 되므로, 매사냥에 의한 수입이 얼토당토한 것은 아니다. 특히 매사냥은 새를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지역의 새를 절멸시키는 수렵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해마다 감소해 가는 야생조류의 보호 번식, 조선의 수렵 정책, 매사냥 하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한 연구가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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