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악산
민주지산에 올랐을때의 감동에는 못하지만 비슷한 느낌이 드는 산이었다.
능선을 따라 나 있는 길을 걷다보면 삼각통의 모서리를 따라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왼쪽과 오른쪽의 서로 다른 풍경을 보며 감정의 선을 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능선 위로 불어오는 바람과 타고 넘어가는 바람을 한번에 느낄 수 있는 멋진 길이었다.
등산로 안내는 불친절하기 그지 없었다. 나름 관광지인지 잔디밭과 소나무, 어울리지 않는 조각품이 있는 공원을 지나면 최고의 활자인 직지와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직지사라고 하는 큰 절이 등산로 입구에 버티고 서서 2,500원을 받는다. 신라 고찰이라고 하는데, 건물은 지은지 얼마 되 보이지 않았다. 어울리지 않는 큰 건물만 있고 어디로 올라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작은 푯말조차 찾기 힘들었다. 오히려 지도에는 등산로라 표시되어 있는데, 버젓이 '등산로 없음'이라 쓰여 있는 암자 표짓돌도 있었다. 스님들이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별로 안좋아 하는 모양이었다.
'등산로 없음'을 무시하고 지도를 믿고 올라갔다. 불안하기 짝이 없었지만 참나무 낙엽으로 덮힌 길을 어렵게 찾아 올라갔다. 얼마간 올라가다 보면 오늘 내가 걸어야 할 길이 보인다. 몇개의 봉우리와 황악산 정상을 잇는 능선길. 봉우리들을 보며 다시한번 심기일전 한다.
악자가 들어가는 산이라 돌산인줄 알았는데, 흙산이다. 알고보니 원래는 황학산이었더랜다. 누런 학. 황로를 말하는 건가. 옛날에는 황로를 보기 힘들었을텐데.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산인지.
내려오다가 길을 잘못들어 본의하니게 거의 종주하다시피 했다. 금방 내려올 요량을 초코바 세개만 장착하고 올라가서 배가 많이 고팠다. 다행이 다 내려오니 괘방재칼국수라는 가게가 있었다. 맛있는 김치. 맛있는 칼국수. 거기다 1,000원은 외상도 해 주시고. 좋았다. 단지 40분에 버스가 오니 서두드라 했는데, 결국 버스는 오지 않았다. 차가 있는 곳까지 덤으로 6km를 더 걸을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근처를 지나가게 되면 외상값 갚겠다 마음 먹었는데, 덤으로 걸을 것으로 퉁치기로 했다.